[사설] 참사 피해자 공개, 종부세 완화 주장한 野 대표, 불리하면 입 다무나

입력 2022-11-16 17:33   수정 2022-11-17 06:4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적 현안에 침묵하거나 말을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를 둘러싼 태도가 대표적이다. ‘정치꾼들의 반인권적 행위’라는 비난이 압도적인 명단 공개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이는 누가 뭐래도 이 대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명단·사진을 발표하자’는 민주연구원 간부의 SNS 글이 처음 발각됐을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틀 뒤 이 대표가 “세상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이 애도하느냐”고 언급한 뒤 분위기가 급변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가 잇따랐고 급기야 몇몇 친야 성향 매체가 유족을 ‘패싱’한 채 명단 공개를 감행했다.

이후 우려한 대로 모욕·조롱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확산 중이다. 외국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져 외교부가 외국 대사관의 공식항의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하는데도 불을 지핀 당사자인 이 대표는 어떠한 공식·비공식 입장 표명도 없다. 당 대변인이 나서서 ‘유족 동의 없는 공개는 적절치 않다’는 모호한 말만 반복할 뿐이다.

불리하면 입 다무는 이 대표 모습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대선 후보 시절 그는 ‘상식선에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약속했지만 대선 패배 후에 말문을 닫았다. 그 결과 집값이 금융위기급으로 추락하는 와중에 120여만 가구에 종부세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이 대표 연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에도 침묵 모드다. 검찰이 유동규 김만배 정진상 김용 등 최측근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이름을 수백 차례 적시했지만 관련 언론 질문에 회피로 일관 중이다.

말 바꾸기 사례도 넘친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두고선 대선 전부터 강행을 주장하더니 며칠 전 ‘신중한 검토’로 돌변했다. ‘유예’ 자체는 바람직한 변화지만 ‘부자 감세’라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 씁쓸하다. 얼마 전엔 페이스북 글의 상당량을 삭제한 일도 전해졌다. 공인이 국민에게 던진 말과 글을 합당한 설명 없이 일순간 폐기하는 건 가벼움과 무책임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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